0. 세상은 넒고 내가 모르는 것은 많다.

A. 칵테일 한잔 주세요~~~
B. 뭘 드릴까요 ?
A. 사람들이 많이 마시는 걸로 주세요.

왜? 아무거나 달라고 했을까? 바텐더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서인가? 아니다. 칵테일이 뭔 지 쥐뿔도 모르니깐.  ㅋㅋ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게 너무나도 많다. 사실 모르는 게 많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몰라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뭐 세상 그리 불편하게 살려고 이것 저것 다 알라고 하냐는 의견도 계시겠지만 난 예전에 라틴 아메리칸 댄스를 처음 배웠을 때의 기쁨을 이번에 칵테일 수업을 들으면서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1. 우연은 꼭 필연을 가장한다. ~~

요즘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즌이라 모두들 정신없이 바쁘다, 우연히 들른 회사의 게시판 ‘Culture lecture 첫 번째, 가족과의 대화를 이끄는 칵테일 강의‘가 눈에 띄었다. 칵테일도 칵테일이지만 ‘Culture lecture’란 표현이 요즘에 도통 문화생활을 안하는 지라 더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내가 이 공지를 아주 오래 전에 보았더라면 바로 꼭 참석해야겠노라고 이렇게 과감한 결심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바로 오늘 보았기에 과감하게 신청을 하고 아울러 실습도 할 수 있는 자리에 앉게 해달라 신신당부도 하였다.

저녁식사를 하고 찾아간 강의장에는 나와 같은 20여명 남짓의 칵테일 무식쟁이들이 설레임 반 뻘쭘함 반인 상태로 앉아 있었다. 크렌베리 웰컴드링크를 한잔씩 하며 강의를 기다리는 동안 테이블 위에 놓인 낯설은 술들의 라벨과 신기한 작업 도구들을 빤히 쳐다보며 새로움을 만날 설램을 달래었다. 드디어 멋진 강의가 시작된다…

ㅋㅋㅋ 기대하시라…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전지적 각하 시점이 아닌 전지적 바텐더 시점으로 짧게 기술해 보고자 한다. 혹 이 글을 보는 자 중에 술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여 딴지를 거는 자가 있다면 재빠르게 전지적 각하 시점으로 돌아갈 것이다.

 

2. 술이란 무엇인가 (ALCOHOL : What’s the right thing to drink?)

자고로 칵테일이 뭔지 알려면 술이 뭔지 알아야 한다. 술이란 에틸알코올(C2H5OH)을 1 % 이상 함유한 음료를 술이라 한다. 개콘의 애정남에서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것처럼 알콜 도수 1 % 이하는 술이 아니다. 우리의 간은 1시간에 7~8g 정도의 알콜을 분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그 이상을 주면 힘들어 한다. 그래서 ‘피곤은 간때문이야!’란 말이 나온 듯 하기도 하다.

* 술의 종류
술에는 양조주, 증류주, 혼성주가 있다. 양조주는 끓이지 않고 자연 효소의 작용에 의해서 만들어진 술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와인, 막걸리, 맥주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자연효소의 작용에 의해서는 알콜도수가 절대 18도 이상을 넘지 못한다. 증류주는 말 그대로 증류하여 만들어낸 술로 보통 20도 이상의 술들이다. 증류를 3번에서 5번까지 하게 되면 90도 이상의 술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도수의 증류주에 물을 타서 낮은 도수의 술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혼성주는 양조주나 증류주에 설탕, 과일 등을 추가하여 만든 짬뽕술로 보통 색깔 있는 술들이 혼성주이다.

* 여러 가지 술
여기서 문제를 하나 내겠다.

‘진, 럼, 보드카, 브랜디, 꼬냑’ 이중에서 성격이 다른 술 이름은 뭘까요 ?

정답은 꼬냑이다. 왜냐구 ? 다른 술들은 술의 자체 명칭이나 꼬냑은 꼬냑 지방에서 생산되는 특정 브랜디를 일컫는 말이기 때문이다. 꼬냑은 브랜디의 부분집합인 것이다. 이처럼 꼬냑, 샴페인 등은 특정 지역에서 만들어진 술이며 보통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인 명칭처럼 부르고 있다.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만들어진 스파클링 와인을 말한다.

문제를 하나 더 내볼까 ?

“보드카의 원조는 ?”

ㅋㅋ 대부분이 러시아라고 대답했다면 이 문제 내길 잘했다면서 실실 웃고 있할 것이다. 만약 러시아가 답이라면 내가 왜 문제를 내겠나..쿠쿠 .. 약간 이견은 있긴 하지만 보드카의 원조는 폴란드라고 한다. 러시아라고 우겨도 난 할 말이 없다. 워낙 러시아에서는 보드카가 유명하니 말이다. 러시아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고 한다. ‘러시아에서 4000km는 거리도 아니고(그만큼 가깝다는 뜻), 영하 40도는 추위도 아니고, 40도 이하는 술도 아니다.’ 아 그럼 우리가 즐겨 찾는 소주는 맥주는 소맥 또한 술이 아닌 것이다. 아마 위에서 애정남이 정해준 것을 러시아 사람들이 봤어야 하는데 안타깝다. 우리가 즐겨 마시는 위스키 중에 발렌타인이 있다, 17년산이니, 30년산이니 하는 년산의 기준은 뭘까? 이는 이 술을 만들이 위해서 투입한 몰트 중에 가장 낮은 년산의 몰트를 기준으로 한다. 그러니 17년산이라면 최소한 17년 이상된 몰트들을 섞어서 만든 술이라는 의미이다.

* 칵테일이란 ?

이제 칵테일 이야기를 해보자. 원래 첨부터 칵테일 이야기를 했어야 하는데 너무 서론에 에너지를 많이 써버렸다. 아마도 짧게 적고 말 듯한 기운이 엄습해 온다. 칵테일이란 ‘2가지 이상의 음료를 섞은 음료’이다. 그러하니 우리가 즐겨 만드는 소맥,소백산맥,50세주 등도 칵테일인 것이다. 역시 우리는 이미 바텐터였던 것이었다.

칵테일을 만들려고 하면 일단 베이스가 되는 술이 필요하다. 보드카(Vodka), 럼(Rum), 와인(Wine), 데킬라, 진(Gin) 등이 베이스가 되는 술로 쓰인다. 칵테일을 만들 때 필요한 장비로는 섞을 때 쓰는 Shaker, 섞는 술의 양을 잴 수 있는 Jigger glass, 얼음을 걸러내는 Strainer 등이 있다. 그 밖에 여러 가지 도구들이 있으나 초보자에겐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하다.

 

3. 칵테일에 취하다

오늘 내가 만든 칵테일은 네 가지이다.

진토닉

데킬라썬라이즈

 

 

 

 

 

 

 

* 진토닉
아! 이 술 이름은 참 쉽다. 진+토닉, 말 그대로 진에다가 토닉워터를 섞은 것이다. 흔들지 않고 차례로 부어서 살짝 저어 만드는 칵테일을 만드는 방법을 빌드(build)기법이라 한다. 실린더 모양의 긴 잔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나서 진 45ml를 넣은 다음 토니워터를 잔의 9할까지 채우면 끝!! 시음 결과 제일 깔끔했던 칵테일인 듯 하다. 만들기도 넘 쉽고.. 꼭 기억하라. 진토닉은 진+토닉 임을.. ㅋㅋ

* 보드카크렌베리
진토닉을 알았으면 이 술도 알 수 밖에 없다. 보드카+크렌베리 쥬스 라는 걸… 길쭉이 잔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보드카 45 ml를 넣고 크렌베리 주스를 9할까지 채우면 끝!! 크레베리 주스 대신에 오렌지 주스를 넣으면… 스크류드라이버’라는 칵테일이 된다. 아~~ 칵테일이 이렇게 쉬운 것이었을 줄이야..

* 데킬라썬라이즈
이 술은 참 이쁜 술이다. 진짜 칵테일을 만드는 구나 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이 칵테일은 경사진 긴 잔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데킬라 45ml를 넣은 다음, 오렌지 주스를 9할까지 채우고 나서 마지막 화룡점정 작업이 남아 있다. 그라나딘 시럽 (빨간 색.. 정체가 뭔 지는 잘 모르겠다.. 묻지 마시라.)을 양주 잔의 반 정도를 넣으면 노란 색의 오렌지 주스 사이를 빨간 시럽이 스며들면서 멋진 색을 만들어내다. 이쁘긴 한데 맛은 썩~~

애플마티니

* 애플마티니
마지막으로 만든 칵테일이다. 이 칵테일은 유일하게 셰이킹을 해서 만든 술이다. 이 칵테일을 만들 때에는 윗쪽은 삼각팬티 모양에 아래로 길쭉한 기둥이 잔받침에 연결된 이쁜 잔을 사용한다. 먼저 선행 조치할 것이다. 잔에 얼음을 채워서 잔을 차갑게 만드는 것이다.

드디어 셰이커를 쓰는 시간. 셰이커는 Cap, Strainer, Body로 구성되어 있다. Body 안에 보드카를 45 ml 채우고 사과 맛 나는 주스를 60 ml 넣는다. 그리고 여기에 라임 주스를 10 ml 추가하면 원액 준비 완료. 여기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뚜껑을 닫고 셰이킹 시작! 셰이킹 하는 작업도 상당히 중요한 데 설명을 안하겠다. 왜? 내 맘이다. ㅋ 15번 정도 잘 흔들어주고 나서 Cap만 제거한 상태로 이쁜 잔에 따라주면 얼음은 나오지 않고 칵테일만 나온다. 표면에 살짝 구름 같은 형태의 모양이 나오면 훌륭하게 만들어진 애플마티니이다.

 

4. 난 이미 바텐더
수업을 마치고 필수 장비를 현장에서 판매하길래 샀다. 그것도 외상으로.. 다짜고짜 물건 들고 나오며 계좌번호 불러달라 했다. 아직 잔도 없고 술도 없지만 난 이미 바텐더가 되었다.

아마 평생을 모르고 그냥 지나갔을 수도 있는 새로운 것을 하나를 배웠다는 기쁨에, 만들면서 홀짝 홀짝 다 마셨던 칵테일에 취해 월요일의 밤은 깊어만 갔다.  베란다 한켠에 혹은 내 사무실 한켠에 멋진 바를 만들어 두고 가족들과 벗들에게 멋진 칵테일을 선물할 수 있는 가까운 미래를 상상해 본다. 왜~~?  난 이미 바텐더이니깐.. ㅋㅋㅋ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