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ve Letter No. 68, 아니 땐 굴뚝]

오랜 만에 아이들을 데리고 집 근처 수지 레스피아에 왔다. 손수 유부초밥을 싸고 안나가겠다는 아이들을 달콤한 음료수로 달래서 데리고 나왔으니 간만에 대장 노릇하는 셈이다. 이곳 수지 레스피아는 지하 하수처리 시설 위에 조성해 놓은 자연공원이다. 마침 돌아가는 차가 있어 주차도 깔끔하게 할 수 있어 공원에 들어가는 발걸음이 더욱 가볍다. 널찍한 축구장 주위를 날새게 인라인을 타고 질주하는 아이들을 쳐다보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을 즈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유리로 겉을 멋지게 두르고 있는 고층 빌딩이다. 얼핏 보면 무슨 대기업의 본사 건물처럼 보인다.

이 빌딩은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부산 쪽으로 내려가다보면 신갈 JC를 지나기 전에 죽전 간이 정류장 근처에 왼쪽으로 보이는 커다란 빌딩이다. 주변에 고층빌딩이 없기 때문에 유난히 눈에 잘 띈다. 고속도로를 오가면서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그 건물의 정체에 대해 늘 궁금했다. 가끔 유리창 너머의 하늘도 보이기도 하기에 참으로 신기하다고만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오늘은 그 정체를 밝혀보리라 다짐을 하고 카메라를 목에 걸고 축구장을 가로질러 천천히 다가갔다.  앗!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유리 외벽 안에 가려져 있는 회색 기둥이었다. 그것은 바로 굴뚝!  왜 굴뚝을 유리로 둘러 싸서 고층 빌딩인 것처럼 보이게 했을까? 수지 레스피아의 시설 안내문을 보니 이는 ‘용인전망타워’라고 적혀있고 조만간 공사가 완료될 예정이라 한다.

하수종말 처리장에는 악취 배기 시설이 꼭 필요로 한다. 본래에는 축구장 주변에 여섯 곳에 배기구를 만들려고 했는데 기상 악조건 시 인근 주민들과 경부고속도로를 이용자들에게 악취가 미세하게 날 수 있어 다른 방법을 찾은 것이 106 미터 높이의 굴뚝에 배기구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도심 한복판에 100 m가 넘는 굴뚝을 세운다구 ?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이야기인가 ~

 

 

 

 

 

굴뚝을 세우면 악취를 높은 곳에서 날려보낼 수 있어 좋은 점은 있으나  미관 상 혐오시설의 상징처럼 될 수가 있고, 그냥 축구장 주변에 배기구를 설치하자니 미관 상 문제점은 없겠지만 악취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모순을 이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악취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고 미관 상 문제가 없는 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이들은 그 무엇인가를 전망대 겸용 굴뚝에서 찾았다.  굴뚝을 세워 악취 배기구로 활용하면서도 배기구 아래쪽에는 각종 문화시설 및 전망대로 채우기로 한 것이다.  아울러 굴뚝의 외관에 유리벽을 설치하여 굴뚝이 아니라 고층빌딩처럼 보이도록 구성하였다.  Wow!

주변에 고층빌딩이 없으니 용인의 랜드마크이자 훌륭한 문화시설로서의 역할도 하고, 악취를 높은 곳에서 배기하여 주변의 악취 농도도 최소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마도 이는 단순히 혐오시설을 설치하지 말라는 요구 뒤에 문화시설 및 자연공원에 대한 숨겨진 욕구를 잘 찾았기에 가능한 해결안일 것이다.  누구나 싫어하는 하수종말처리장의 굴뚝일 뿐이었는데 … 참으로 스마트한 굴뚝이 아닌가.  고속도로를 지나면서도 참 멋진 빌딩이라고만 생각했던 이 곳에 이런 비밀이 숨어있을 줄이야.

우리는 보통 해로운 것은 버려야 할 것, 제거해야 할 것으로만 생각을 한다. 하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러한 해로움을 진정한 이로움으로 바꿀 수 있다.  누구나 싫어하는 혐오시설이 시민들에게 사랑 받는 멋진 휴식처이자 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었음에 작은 교훈을 되새겨 본다.

이만 총총.

아니 땐 굴뚝에서는 연기가 나지 않는다. 항상 새로운 생각을 할 때 새로운 변화가 온다.

 
발명원리
 No.22
전화 위복 / Convert Harmful to Useful
•해로운 요소를 활용하여 바람직한 효과를 얻는다.
•해로운 요소를 다른 해로운 인자와 결합하여 제거한다.
•해로운 작용의 세기를 증가시켜 해로움을 제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