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ve Letter No. 70, 이상성(理想性)을 추구하자]
노자는 중국 고대의 사상가이며 도가(道家)의 시조이다. 실존 인물이라 하기도 하고 도가의 사람들이 자기 세력을 내세우기 위해 만든 가공의 인물이라 하기도 한다. 『노자도덕경』이라고도 불리우는 『노자』는 도가 사상이 집약되어 정리된 노자의 저서이다. 『노자』의 중심 사상은 무위자연(無爲自然)에 의하여 지배하려고 하는 정치사상과, 동일하게 무위무욕(無爲無欲)으로 남에게 겸양하는 것에 의하여 성공ㆍ보신(保身)하려고 하는 처세술이다.
우리가 함께 살펴보고자 하는 것은 노자의 도덕경 11장의 내용이다.
三十輻共一轂(삼십복공일곡) : 서른개의 바퀴살이 한 바퀴통(一轂)에 꽂혀 있으나
當其無 有車之用(당기무유거지용) : 그 바퀴통의 비어있음 때문에 수레의 효용이 있다.
埏埴以爲器(선식이위기) : 진흙을 이겨서(선식) 그릇을 만드나
當其無 有器之用(당기무유기지용) : 그 그릇의 비어있음 때문에 그릇으로서의 쓸모가 있다.
鑿戶牖以爲室(착호유이위실) : 출입문과 들창(호유)을 뚫어서 방을 만드나
當其無 有室之用(당기무유실지용) : 그 방의 비어있음 때문에 방으로서의 쓸모가 있다.
故有之以爲利(고유지이위리) : 그러므로 있음(有)으로써 이로움을 얻지만
無之以爲用(무지이위용) : (실은) 비어있음(無)이 그 쓸모를 만들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있음(有)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쓸모(用)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아울러 그러한 쓸모는 비어있음(無)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고정된 실체 자체가 아니라 어떤 기능(用)을 하느냐에 따라서 존재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위 이야기를 풀어 한 문장으로 다시 적는다면 다음과 같이 적을 수 있다.
모든 존재는 존재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가 가지는 기능에 의해서만 존재한다.
이 말은 존재의 소중한 가치는 그 자체가 아니라 기능이라는 말이다. 달리 말하면 그 기능을 수행할 필요가 없다면 그 존재는 존재가치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제는 트리즈 이야기를 해보자. 트리즈에는 ‘이상성(Ideality)라는 중요한 개념이 있다. 가장 이상적인 기술시스템은 시스템이 없이도 원하는 기능이 수행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기능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결과물(Product)가 저절로 생기는 것이다. 이 내용을 영어로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The ideal technical system is No System, but the function is performed. Product itself appears’
간단해 보이지만 트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를 표현하고 있는 말이다. 이상성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많이 회자되고 있는 1970년대에 러시아에서 달에 쏘아올린 우주선(Luna-16) 이야기를 해보자. 러시아 우주선 전문가들은 발사를 위해 수많은 실험을 하던 중 심각한 문제가 하나 발생하였다. 이 우주선의 미션은 달 표면을 촬영하여 지구로 보내는 것이었다. 달 표면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외부를 조명하는 전구가 필요하였는데 수차례 가상 실험을 반복해 보아도 이 전구의 유리관이 착륙 시의 충격에 의해 파손이 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수차례의 개선을 통해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이에 연구원들은 이 프로젝트의 리더였던 바바킨 박사(Georgy Babakin)를 찾아갔다. 당면한 문제상황에 대해 설명을 들은 바바킨 박사는 이런 질문을 대뜸 던졌다.
“전구에서 유리관의 목적은 무엇이지요?”
돌아온 대답은 당연히 전구 내부의 필라멘트 주위를 진공상태로 만드는 것이였다. 어라~~ 그런데 우리의 문제가 발생하는 곳은 바로 완벽한 진공상태인 달표면이 아닌가. 그렇다 바로 진공을 만들 필요가 없는 상황이니 유리관 자체가 필요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바바킨 박사는 유리관이 없는 전구를 제안하였다.
Designers of the Soviet space probe to the moon, LUNA-16, needed to install lamps on the probe. The lamps, due to the high inertial forces during take off, would break at the point where the glass bulb was connected to the body. A designer of the space probe, Dr. Babakin, wrote that this was a severe problem. In fact, the problem was non-existent: Since the moon has no atmosphere, there was no need for the lamp to have a glass bulb at all (which is needed on earth to create a vacuum/inert atmosphere around the filament so that it does not oxidize when lit up.)
우리에게는 전구는 당연히 유리관에 둘러싸여 있어야 한다는 심리적 관성이 있다. 유리관이 수행하는 기능 때문에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전구이기 때문에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것이다.
이 이야기를 노자의 표현에 전구의 유리관을 대입시켜 보자. ‘모든 전구의 유리관은 유리관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유리관이 수행하는 기능에 의해서만 존재한다. 고로 유리관이 수행하는 기능인 진공을 유지하는 기능이 필요없다면 유리관은 존재가치가 없다.’ 가장 이상적인 전구의 유리관은 유리관이 없는 것이다. 유리관이 없더라도 우리가 기대했던 기능은 수행되는 상태이다’. 동양의 노자의 이야기와 서양의 알트슐러(트리즈 창시자)의 사고가 전혀 다름이 없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할 뿐이다.
우리는 항상 변화를 원한다. 하지만 늘 익숙한 틀을 벗어나지 못해 변화하기가 여간 쉽지는 않다. 변화를 가로막는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시스템 중심이 아닌 기능 중심의 사고‘를 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이처럼 이상성의 관점에서 많은 것들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기존에 존재하던 시스템은 없어지고 그 시스템이 없이도 원하는 기능이 보다 효율적이고 값싼 자원에 의해 수행되는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병따개가 필요없이 돌려따는 맥주마개, 현금이 없어도 결제가 가능한 신용카드, 선이 없어도 무선으로 연결이 가능한 무선인터넷망 등 수많은 것들이 점점 이상성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진화를 하고 있다. 이 글에서 깊이 있게 다루고자 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이를 트리즈의 진화법칙에서는 ‘이상성 증가의 법칙’이라고 한다.
좀 더 이상적인 변화를 바란다면 여러분의 고민을 일으키는 모든 것들 앞에 ‘NO’를 붙여보라. 그리고 나서 해당 시스템이 없더라도 우리가 그 시스템에 기대했던 기능은 어떻게 수행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되는 것이다. 조금은 더디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이상성을 추구한다면 우리 세상은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이만 총총..
노자는 중국 고대의 사상가이며 도가(道家)의 시조이다. 실존 인물이라 하기도 하고 도가의 사람들이 자기 세력을 내세우기 위해 만든 가공의 인물이라 하기도 한다. 『노자도덕경』이라고도 불리우는 『노자』는 도가 사상이 집약되어 정리된 노자의 저서이다. 『노자』의 중심 사상은 무위자연(無爲自然)에 의하여 지배하려고 하는 정치사상과, 동일하게 무위무욕(無爲無欲)으로 남에게 겸양하는 것에 의하여 성공ㆍ보신(保身)하려고 하는 처세술이다.
우리가 함께 살펴보고자 하는 것은 노자의 도덕경 11장의 내용이다.
三十輻共一轂(삼십복공일곡) : 서른개의 바퀴살이 한 바퀴통(一轂)에 꽂혀 있으나
當其無 有車之用(당기무유거지용) : 그 바퀴통의 비어있음 때문에 수레의 효용이 있다.埏埴以爲器(선식이위기) : 진흙을 이겨서(선식) 그릇을 만드나
當其無 有器之用(당기무유기지용) : 그 그릇의 비어있음 때문에 그릇으로서의 쓸모가 있다.鑿戶牖以爲室(착호유이위실) : 출입문과 들창(호유)을 뚫어서 방을 만드나
當其無 有室之用(당기무유실지용) : 그 방의 비어있음 때문에 방으로서의 쓸모가 있다.故有之以爲利(고유지이위리) : 그러므로 있음(有)으로써 이로움을 얻지만
無之以爲用(무지이위용) : (실은) 비어있음(無)이 그 쓸모를 만들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있음(有)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쓸모(用)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아울러 그러한 쓸모는 비어있음(無)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고정된 실체 자체가 아니라 어떤 기능(用)을 하느냐에 따라서 존재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위 이야기를 풀어 한 문장으로 다시 적는다면 다음과 같이 적을 수 있다.
모든 존재는 존재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가 가지는 기능에 의해서만 존재한다.
이 말은 존재의 소중한 가치는 그 자체가 아니라 기능이라는 말이다. 달리 말하면 그 기능을 수행할 필요가 없다면 그 존재는 존재가치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제는 트리즈 이야기를 해보자. 트리즈에는 ‘이상성(Ideality)라는 중요한 개념이 있다. 가장 이상적인 기술시스템은 시스템이 없이도 원하는 기능이 수행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기능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결과물(Product)가 저절로 생기는 것이다. 이 내용을 영어로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The ideal technical system is No System, but the function is performed. Product itself appears’
간단해 보이지만 트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를 표현하고 있는 말이다. 이상성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많이 회자되고 있는 1970년대에 러시아에서 달에 쏘아올린 우주선(Luna-16) 이야기를 해보자. 러시아 우주선 전문가들은 발사를 위해 수많은 실험을 하던 중 심각한 문제가 하나 발생하였다. 이 우주선의 미션은 달 표면을 촬영하여 지구로 보내는 것이었다. 달 표면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외부를 조명하는 전구가 필요하였는데 수차례 가상 실험을 반복해 보아도 이 전구의 유리관이 착륙 시의 충격에 의해 파손이 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수차례의 개선을 통해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이에 연구원들은 이 프로젝트의 리더였던 바바킨 박사(Georgy Babakin)를 찾아갔다. 당면한 문제상황에 대해 설명을 들은 바바킨 박사는 이런 질문을 대뜸 던졌다.
“전구에서 유리관의 목적은 무엇이지요?”
돌아온 대답은 당연히 전구 내부의 필라멘트 주위를 진공상태로 만드는 것이였다. 어라~~ 그런데 우리의 문제가 발생하는 곳은 바로 완벽한 진공상태인 달표면이 아닌가. 그렇다 바로 진공을 만들 필요가 없는 상황이니 유리관 자체가 필요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바바킨 박사는 유리관이 없는 전구를 제안하였다.
Designers of the Soviet space probe to the moon, LUNA-16, needed to install lamps on the probe. The lamps, due to the high inertial forces during take off, would break at the point where the glass bulb was connected to the body. A designer of the space probe, Dr. Babakin, wrote that this was a severe problem. In fact, the problem was non-existent: Since the moon has no atmosphere, there was no need for the lamp to have a glass bulb at all (which is needed on earth to create a vacuum/inert atmosphere around the filament so that it does not oxidize when lit up.)
우리에게는 전구는 당연히 유리관에 둘러싸여 있어야 한다는 심리적 관성이 있다. 유리관이 수행하는 기능 때문에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전구이기 때문에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것이다.
이 이야기를 노자의 표현에 전구의 유리관을 대입시켜 보자. ‘모든 전구의 유리관은 유리관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유리관이 수행하는 기능에 의해서만 존재한다. 고로 유리관이 수행하는 기능인 진공을 유지하는 기능이 필요없다면 유리관은 존재가치가 없다.’ 가장 이상적인 전구의 유리관은 유리관이 없는 것이다. 유리관이 없더라도 우리가 기대했던 기능은 수행되는 상태이다’. 동양의 노자의 이야기와 서양의 알트슐러(트리즈 창시자)의 사고가 전혀 다름이 없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할 뿐이다.
우리는 항상 변화를 원한다. 하지만 늘 익숙한 틀을 벗어나지 못해 변화하기가 여간 쉽지는 않다. 변화를 가로막는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시스템 중심이 아닌 기능 중심의 사고‘를 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이처럼 이상성의 관점에서 많은 것들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기존에 존재하던 시스템은 없어지고 그 시스템이 없이도 원하는 기능이 보다 효율적이고 값싼 자원에 의해 수행되는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병따개가 필요없이 돌려따는 맥주마개, 현금이 없어도 결제가 가능한 신용카드, 선이 없어도 무선으로 연결이 가능한 무선인터넷망 등 수많은 것들이 점점 이상성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진화를 하고 있다. 이 글에서 깊이 있게 다루고자 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이를 트리즈의 진화법칙에서는 ‘이상성 증가의 법칙’이라고 한다.
좀 더 이상적인 변화를 바란다면 여러분의 고민을 일으키는 모든 것들 앞에 ‘NO’를 붙여보라. 그리고 나서 해당 시스템이 없더라도 우리가 그 시스템에 기대했던 기능은 어떻게 수행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되는 것이다. 조금은 더디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이상성을 추구한다면 우리 세상은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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