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길었던 여름이 드디어 끝이 났습니다!!!! 이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의 바람이 부네요. 길고 긴 여름을 되돌아보니 정말 고생이 많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을 기준으로 보면, 올여름 폭염 일수 24일, 열대야(오후 6시~다음 날 오전 9시 최저기온 25도 이상) 32일이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지난 1994년 폭염 일수 29일, 열대야 36일에 이어 최고 기록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모두들 힘들게 했던, 무더운 여름 속에서 가장 마음고생을 했던 사람 중에 하나가 기상청 직원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뜩이나 무더위로 예민하고 불쾌지수가 높은 시기에 기상 예보가 번번이 빗나갔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마른 장마로 비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늘은 꼭 비가 온다고 했다가 안 오거나 비가 안 올 거라고 했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등의 상황이 많이 벌어졌습니다.
왜 이렇게 기상 예보가 계속 틀리는 걸까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이상 기후 즉, 한반도를 둘러싼 공기들의 움직임에 큰 변화가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수십 년간 쌓아놓았던 통계 법칙들이 최근의 변화된 기후에는 잘 들어맞지 않는 것이죠. 이상 기후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원인임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기상청이 비난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기상청은 무려 600억 원을 들여서 슈퍼컴퓨터 4호기를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보유한 물품 중에서 가장 비싼 물품인 이 슈퍼컴퓨터 4호기 ‘누리’와 ‘미리’는 약 50억 명이 1년간 계산한 수식을 1초 만에 풀 수 있는 그야말로 슈퍼맨과 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알려져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올해 3월 부터 가동을 시작했지만 그 결과는 기대 이하였던 거죠. 600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것은 물론이고, 매달 전기 요금만 2억 5천여만 원이나 든다고 하니 국민들의 원성을 살 만한 것 같습니다. 심지어 전기 세게는 누진세도 적용되지 않은 것이라고 하니 정말 놀랍습니다.
엇나간 기상 예보로 많은 비난을 한 몸에 받은 기상청 직원들은 슈퍼컴퓨터를 무척 원망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슈퍼컴퓨터의 부진은 기상청 직원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수 있습니다. 기상예보관들의 일을 슈퍼컴퓨터가 대체하여 일자리를 뺏어갈 걱정은 줄어들었을 테니까요.
50억 명의 인간이 1년간 계산한 수식을 1초 만에 풀 수 있는 슈퍼컴퓨터를 도입했음에도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요?? 기상 예보가 틀린 이유를 살펴보면 결국은 로봇이 아닌 인간의 몫이 중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일기 예보가 나오기까지는 총 5단계를 거친다고 합니다. 먼저 지상·고층·해양 위성과 레이더 등으로 3차원 입체 관측을 통해 기상 실황을 파악합니다. 이렇게 전국 곳곳에서 수집한 관측 자료를 대기현상 예측 프로그램인 수치모델에 입력합니다. 수치 모델에 입력된 방대한 기상 관측 자료들을 슈퍼컴퓨터는 예보 모델을 활용해서 짧은 시간 내에 계산하고 수치화하여 예상 일기도를 작성합니다. (각 나라의 기상청은 바람 방향이나 기온 등 대기를 지배하는 원리의 방정식을 수치 모델로 미리 만들어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상 관측 자료들은 매시간 새롭게 입력되는 방대한 양이기 이를 짧은 시간 내에 계산하는 것은 도저히 사람의 능력으로는 수행할 수 없는 고차원적 작업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고성능 슈퍼컴퓨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단계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생산한 자료들은 다시 기상예보관들이 토론을 거쳐 분석한 뒤, 예보 협의를 거쳐 예보·특보를 최종적으로 생산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처럼 기상 예보가 생성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관측된 기상 자료와 수치 모델을 계산한 값을 얻기 위해서는 슈퍼컴퓨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지만 기상 예보의 정확도는 결국 기상 예보관의 노하우와 판단 능력에 좌우됨을 알 수 있습니다. 동일한 슈퍼컴퓨터가 계산한 값을 바탕으로 하더라도 이를 분석하는 기상 예보관들의 경험과 판단력에 따라서 기상 예보는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예보 합의를 반드시 거쳐서 폭염 예보나 특보 등을 내보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결국 날씨 데이터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더불어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종합적이고 세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은 기계가 아닌 사람인 기상 예보관들의 몫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번 포스팅, <새로운 직업이 아니라, 새로운 작업을 찾아라> 에서 살펴보았듯이, 앞으로 많은 직업들이 사라지고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또 그만큼 많은 분야에서 슈퍼컴퓨터가 아닌 오직 인간이 감당해야 할 몫이 더욱 커져 가게 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기상 예보관과 슈퍼컴퓨터의 관계를 보면 로봇으로 대체되는 것은 직업이 아니라, 직업의 일부분인 ‘작업’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직업의 일부분 ‘작업’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에서는 오히려 인간의 능력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나 복잡한 상황 속에서 중요한 가치 판단을 해야 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와 생산물을 상상하는 등의 창조적인 영역에서는 인간의 능력이 더욱 중요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전에는 없었던 전혀 새로운 직업을 찾을 것이 아니라 로봇에 의해 대체될 수 없는 작업(Activity)을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미래의 직업들은 이제 로봇과 더불어 새롭게 정의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안과 의사는 정교한 수술을 로봇에게 맡기고 로봇들과 협업을 통해 보다 어떤 부위를 어떤 방식으로 수술할지에 대해 연구하는 등 보다 창의적인 활동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게 될 것입니다. 수술하는 의사가 아니라 연구 혹은 프로그래밍을 하는 의사로 재정의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상 예보관도 방대한 기상 관측 자료들을 분석하는 것은 이제 슈퍼컴퓨터에게 맡기고, 슈퍼컴퓨터와의 협업을 통해 보다 정확한 기상 예보를 생산할 수 있도록 돕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것입 되겠죠. 중국은 기상 예보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12월 22일 오전 중국 상해동방위성 TV 아침 생방송에서 인공 지능 ‘샤오빙'(小冰)이 기상 리포터로 등장하여 기상 예보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기상 예보관이 담당하기도 했던 기상 리포터라는 작업은 인공 지능으로 대체될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로봇으로 대체되고 빼앗길 영역이 있지만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도 더욱 커지고 중요시 되겠죠.이처럼 변화된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능력 중에서도 창의력을 중심으로 한 감성 능력을 키우려는 노력이 중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보다 정확한 기상 예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수백억의 슈퍼 컴퓨터 뿐 아니라, 전문적이고 창조적인 능력을 지닌 기상 예보관을 양성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상청은 공무원 조직으로 순환 근무 등을 하고 장기적으로 기상 예보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고 합니다. 애초에 채용에서부터 전문 능력을 지닌 인력만을 선발하기도 어려울 뿐 더러 입사 후에 체계적인 교육 등으로 전문성을 높이기도 힘든 구조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하루 24시간 날씨 예보를 하기 위해서는 하루 4교대로 근무하며 잦은 밤샘 근무를 해야 하고, 기상 예보가 틀리기라도 하면 비난이 쇄도하기 때문에 기상 예보는 기피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고요. 이런 체제가 계속될 경우 우리나라의 기상 예보의 정확도는 향상될 수 없으며, 이는 수자원, 교통, 레저, 에너지, 농업 등 산업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 영역에 걸쳐서 창의적인 판단 능력이 있는 고급 인력의 양성을 위해 힘을 써야할 때입니다. 특히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은 로봇이나 인공 지능과 협업하고 보다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는 지금까지의 표준화, 획일화된 교육에서 벗어나 숨겨진 창의성을 살리는 교육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기존의 단 하나의 기준으로 아이들을 평가하면 경쟁하도록 부추긴다면, 아이들의 다양성과 창의성은 소멸되고 말 것입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창의성이 높은 아이로 키우려면 아이의 창의성을 일깨워주는 부모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아이의 흥미를 자극하고 감추어진 호기심을 일깨우며, 창의적인 생각들을 샘솟게 하는 <슬쩍북>(와우팩토리 펴냄)이 여러분과 함께 합니다. 드디어 내일 이네요. 목동 현대백화점 7층 문화홀에서 슬쩍 북을 활용한 <트리즈 행복 발명 교실>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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