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9.3토) 참으로 가슴이 아픈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제 겨우 만 5세가 된 어린아이가 엄마의 품을 벗어나서 공원을 혼자 헤매다가 결국 변사체로 발견된 너무나도 가슴 아픈 사건입니다. 아이가 실종되었을 때는 밝은 대낮인 오후 3시쯤이었고, 실종된 장소가 주말 나들이 나온 가족들로 북적였던 공원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충격을 안겨준 사건입니다. 더욱이 아동이 부모의 전화번호가 적힌 목걸이를 하고 있었고 맨발의 상태이었기에, 주위 사람들이 맨발로 혼자서 뛰어가는 어린아이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점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아이를 찾기 위해서 공원 내 안내 방송을 하고 페북 등을 통해서 아이의 사진을 공유하거나 경찰 인력도 100명 넘게 동원했지만 아이를 찾는 데는 모두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아이가 실종된 공원 내 키즈카페에서 불과 200미터 정도 떨어진 호수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습니다. 이처럼 아동이 부모나 교사 등의 ‘보호자 이탈’을 하는 순간 아동은 유괴나 사망 같은 2차 범죄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너무나도 가슴 아픈 사건이고,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사건입니다.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 aid=201205258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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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매년 2~3만 명의 미아가 발생하고 있는데, 2012년 7월부터 미아 방지를 위한 ‘실종아동 사전등록제’를 실시한 이후로는 다행히도 약 98%로의 아이들은 부모의 품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지문 등 사전등록제란, 아동 등의 실종에 대비해 미리 경찰에 지문과 사진, 신상정보를 등록하는 제도로 실종된 아동이 발견되었을 경우 부모를 찾아주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올 3월 말 기준 79만 1천 명의 아동들이 지문 사전 등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혹시 아직 사전 등록을 안 하신 부모님이 계시다면 꼭 하시면 좋겠습니다.

http://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2351
하지만, 실종된 아동이 발견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사전 등록 제도도 별다른 효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아이가 발견이 되야 지문으로 부모를 찾아주든지 할 테니까요. 실종 아동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간과의 싸움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신고 접수 후 첫 12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찾지 못할 확률이 58%에 이르지만, 이틀이 지나고 나면 1.3%로 뚝 떨어진다네요. 그래서 실종 초기 12시간을 ‘골든 타임’으로 부르거나 최초 10여 분 남짓을 골든 타임으로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이 시간 동안 실종아동을 찾지 못하면 집으로 돌아올 확률이 희박해지는거죠.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이 골든 타임을 넘겼기에 가슴 아픈 결과가 나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아동 실종 사건의 경우 초기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미국에서는  ‘코드 아담(Code Adam)’이라는 미아 찾기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서 미아가 생기면 즉시 출입구를 봉쇄하고 아이 인상착의를 반복해서 방송하며 직원들이 찾는 프로그램입니다.

http://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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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아담은 1981년 미국 플로리다 시어스 백화점에서 실종됐다가 16일 만에 죽은 채 발견된 아담 월시(당시 6세)의 이름에서 따왔는데요. 1984년 월마트가 시작한 후 2003년 법으로 제정되어 지켜져 오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 7월부터 ‘조기발견 실종 예방 지침 이른바 ‘코드 아담’ 제도를 시행 중인데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같은 1만㎡ 이상 다중이용시설에서 아동이 실종되었을 경우 이 프로그램을 지키지 않으면 최고 500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고 합니다.

http://blog.bokjiro.go.kr/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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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올림픽 공원에서 발생한 사건의 경우에는 이 초기 대응에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워낙 인파가 붐비고 공연이나 행사가 진행 중이어서 미아 안내 방송조차 잘 들리지 않았고, 무엇보다 야외의 열린 공간이었기에 출입 통제는 애초에 불가능했습니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공원에 설치된 CCTV를 분석을 했지만 아이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약 43만 평에 이르는 올릭픽 공원 안에 CCTV는 400대가 넘게 있지만, 대부분은 경기장 등 실내에만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에 도움이 되는 창의적인 방법이 최근 사용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놀이공원이나 유원지 등의 야외 공간에서 실종된 아동을 찾기 위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동 실종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보호자가 실종자의 신상 공개에 동의하면 바로 당시 반경 약 100km에 위치한 페이스북 사용자들에게 알림 정보가 뉴스피드(실시간 업데이트 콘텐츠)에 나타나는 방식입니다.

http://www.bloter.net/archives/23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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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위치 기반 정보를 활용하여, 실종 장소 인근에 있는 모든 사용자들에게 아동의 사진과 나이, 이름, 몸무게, 키 등의 개인 정보와 실종된 위치와 시간을 알립니다. 국내 페이스북 사용자가 1400만 명이 넘기에 정보 전파력이 크며 실시간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페이스북 실종 경보를 통해서 2014년에 11세 여자 어린이를 발견한 바 있다고 합니다.

아동의 위치를 골든 타임 내에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으로 위치 추적제가 있습니다. 아동이 실종되었을 때 위치 추적 장치를 차고 있을 경우에는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경찰이 이동통신사에 휴대폰 위치정보 요청, 수집된 정보를 탐문 수색에 활용하여 신속하게 아동을 발견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이 서비스되고 있는데요. 키즈폰 등은 물론이고, 위치 추적만 되는 저렴한 가격의 미아 방지 팔찌도 판매되고 있습니다. 리니어블 등의 미아방지용 스마트밴드는 커피 한잔 가격이면 살 수 있고 별도의 충전 없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실리콘 재질로 만들어져서 방수가 되고 때가 타지 않기도 합니다. 부모는 스마트폰에 리니어블 앱을 설치하면 스마트밴드를 차고 있는 아동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습니다.

http://lineable.net/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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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스마트밴드를 착용한 아이가 보호자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멀어질 경우 스마트폰에서 알람이 울려서 알려준다고 합니다. 경고음만 따라가다 보면 아이와 거리가 좁혀지고 아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겁니다. 만약 이번 사건의 아이가 스마트밴드를 차고 있었다면 조기에 발견이 가능했을 거란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이외에도 보호자는 아이가 사라졌을 때 ‘도움 요청하기’를 통해 아이 주변 리니어블 앱을 설치한 사용자들에게 알람을 보낼 수도 있다고 합니다.

http://lineable.net/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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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앱을 설치한 사용자들이 많아질수록 리니어블 밴드를 착용한 아이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는 겁니다. 이와 같은 위치 추적 기술을 활용한 최첨단 미아방지 시스템은 해수욕장이나 놀이공원 등의 인파가 붐비는 몇몇 장소에서 대여 서비스나 무표 제공 이벤트 등을 하여 활용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번 사건과 같이, 행사가 열려서 인파가 붐빌 경우 아이들에게 이 제품을 대여나 무상 공급해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두 가지 아이디어에는 <더하기 매개체>라는 슬쩍 공식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팔찌나 스마트폰 등의 도움을 받아서 아이를 보다 빠르고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든 창의적인 아이디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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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창의적인 아이템과 시스템의 활용과 함께 반드시 필요한 조치가 있습니다. 바로 아동의 특성을 잘 알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의 양성입니다. 앞서 작성했던 글 <슈퍼컴퓨터>에서 살펴보았듯이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이 있더라도 그것을 잘 활용하고 적절한 최종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전문 능력을 지닌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매개체나 시스템이 있더라도 이를 잘 활용하고 적절한 판단을 내리고 결정할 능력이 없다면 무용지물일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 연방 수사국은 아동 대상 범죄 수사전 담반(Crimes Against Children Unit; CAC)을 설치, 운영하고, 아동 납치 신속 대응 팀(Child Abduction Rapid Deployment; CARD Team)을 별도로 설치하여 아동 실종, 납치, 유괴, 성폭행 등 아동 대상 범죄 발생 즉시 전문 수사관을 급파한다고 합니다. 또한, 미국의 국가 실종착취 아동센터는 5개의 지부에 250여 명이라는 대규모 전문 인력이 아동 실종사건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에도 경찰청에는 아동 실종 전문가가 100명 이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전문 인력 부족으로 초동 수사의 허점으로 인해 장기 실종 아동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아동 실종 전문 경찰 수사관을 양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학교나 유치원, 놀이터 등에 CCTV를 설치하여 아동의 실종을 사전에 예방하는 보다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합니다. 아동이 실종되었을 경우 단순히 가족 구성원 1명이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라, 가족 구성원 전체의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유발하고 한 가정의 해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이가 실종되면 부모의 70~80%는 직장과 사업을 팽개치고 전국을 떠돌며 찾아 헤매고, 고통 속에서 술에 의존하고, 실종 아동에 대한 책임 문제로 인하여 부부간의 싸움으로 가정이 해체되거나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한 아동을 지키는 일이 곧 가정을 지키고 사회 전체의 행복을 증진할 수 있는 중요한 일임을 깨닫고 더욱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의 차례입니다. 자유롭게 상상해 보세요. 다양한 생각들을 샘솟게 하는 <슬쩍북>(와우팩토리 펴냄)이 여러분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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